큐이넷

생각에 의한 생각을 위한 생각의 논술

'중립국을 주장했던 한 청년의 죽음으로 이 사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중립국 열풍이 불고 있다. (중간생략) 정부 고위 관계자가 국민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한 청년의 이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기도 안양 평촌고 학생들이 문학시간에 최인훈의 장편소설 ‘광장’을 주제로 만든 신문 내용 중 일부다. 아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소설의 주인공 이명준은 왜 죽었을까’, ‘이명준을 살려 보자’라는 지침만 받고 자유롭게 제작했다. 이 수업을 이끈 문미향 교사는 5일 “광장, 밀실, 중립국 등 소설 ‘광장’을 이야기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해온 용어들을 던져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이 주인공을 살리는 방법을 자유롭게 토론하는 가운데 놀랍게도 이 개념들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만든 신문에는 최인훈과의 인터뷰, ‘웰컴 투 중립국’이라는 영화 패러디 광고, 남북한에 대한 심층 분석, 중립국 관련 낱말 맞히기 등 기발함이 가득하다. 서유라(3학년)양은 “논술이라는 물고기를 받아 먹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낚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라고 했다.

평촌고의 논술 실험은 독특하다. 신문 만들기, 친구에 대한 보고서 쓰기, 영화 보며 토론하기, 예술가와 함께하는 논술…. 평촌고의 특별한 논술 교육은 지난달 조선일보가 서울대에서 입수해 공개한 자료에서 평촌고가 논술 2등으로 발표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방학 중 약 20시간씩 진행되는 논술 특강뿐 아니라 문학·국어·사회 등 정규교과 과정에 논술을 위한 ‘생각하는 힘’을 키워주는 게 특징이다. 방송 프로그램 보고 토론하기, 신문에서 인물 사진을 오려 말 풍선 달기, 학교 생활을 소재로 만화 그리기, 영화 관람 후 이야기 나누기 등 이 학교의 논술 수업은 끝없이 진화(進化)하고 있다.

논술 교육을 주관해온 문 교사는 “중학교에서 가르치다 고등학교로 온 2003년에는 ‘입시’라는 압박에 막막하기만 했다”며... 전체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