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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도서관] 부산진구 부암동 '동화랑 놀자'가보니

20일 오후 '동화랑 놀자'에서 책을 읽고 있는 아이들의 풍경은 색달랐다. 온돌방으로 꾸며진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엎드리거나 자연스럽게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었다. 친구들과 책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었다. "어떤 아이는 책을 읽다가 자는 경우도 있다"고 허 관장이 웃으며 귀띔했다. 아이들이 책을 보물처럼 모셔놓거나 책상에 앉아 엄숙한 자세로 책을 읽기보다는 책을 장난감처럼 친근하게 갖고 놀면서 읽고 즐기도록 하자는 게 '동화랑 놀자'의 생각이다.

'동화랑 놀자'는 지난 2001년 11월 부암동 아파트단지 인근 상가에 6평 규모로 처음 문을 열었다.

허 관장은 "집에 있던 동화책 500여 권을 더 이상 아이들이 읽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자 책들을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작은 도서관의 출발점이 됐다"고 말한다. 또 인근 지역 아이들이 언제든지 걸어서 들를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도서관의 파급 효과는 컸다. '작은 도서관에 있는 책이 좋다'는 부모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6개월여 만에 회원은 150여명으로 늘었다. 특히 도서관이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부모들은 손쉽게 자녀의 손을 잡고 '동화랑 놀자'를 찾기 시작했다.

도서관 회원인 정정숙(40·부산진구 부암동)씨는 "시민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늘 불편했는데 집 주위에 이 도서관이 생겨 너무 좋아요. 아이들이 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시스템도 좋고요"라고 말한다. 옆에서 책을 읽던 주형이(7)도 엄마하고 매일 와서 책을 읽는데 정말 좋단다. 특히 방에 엎드려서 책을 읽을 수 있어 더 좋단다.

회원들이 늘어가면서 자발적인 자원봉사자(40여명)들도 하나 둘씩 생겨났다. 이들은 시간을 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도서대출 업무를 돕는다. 파본된 책이 있으면 책을 수선하기도 한다.

'동화랑 놀자'가 서서히 규모와 시스템을 갖추어 가면서 새로운 공동체 문화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전래동화를 읽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아파트 마당에서 전래놀이를 실제로 해보기도 했다. 회원들은 함께 생태체험이나 철새탐조를 가는 등 다양한 모임도 만들었다. 모두 자생적인 조직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도 서로 잘 모르던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동화랑 놀자'에는 가족회원만 350여 가족이 있다. 대출 인원이 1천여명 가까이 되는 셈이다.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인근 아파트 주민만이 아니라 해운대 등 멀리서도 이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동화랑 놀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전문사서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작은 도서관은 전문사서를 두기 힘들다. 비용 때문이다. 하지만 허 관장은 "경제적으로 다소 힘들더라도 전문사서는 꼭 둬야 한다"고 말한다. "전문사서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을 선정하고 도서관의 성격에 적합한 도서를 구입합니다. 또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알고 그에 걸맞은 책을 구입하고 과학,역사,환경 등 다양한 종류의 좋은 서적을 구비할 줄 알죠. 그래서 전문사서는 꼭 필요합니다." 허 관장은 전문사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동화랑 놀자'는 학부모 강좌에도 열심이다. 부모가 먼저 책을 읽어야 아이들도 책을 읽는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재는 어머니 역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TV를 통해 역사 드라마들이 방영되고 있지만 흥미 위주로 역사를 묘사해 실제 역사와는... 전체기사보기